AI 수업,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 초등 교육 현장에 도입된 인공지능(AI) 수업에서는 정해진 정답을 찾는 시험보다는,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살피는 평가가 중요해졌습니다. 아이들이 AI 개념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보인 참여도, 창의성, 협동심,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 등이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됩니다. 정답 여부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학생 각자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 대상 AI 수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과정 중심 평가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아래에서 다섯 가지 효과적인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교사의 관찰 기록부터 학생 스스로 작성하는 학습일지까지, 다양한 평가 방법을 통해 AI 수업을 더 의미 있는 배움의 시간으로 만들어봅시다.
1. 관찰 중심의 과정 평가
AI 수업 중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교사가 직접 관찰하여 평가 자료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간단한 머신러닝 게임을 만들거나 AI 체험 활동을 하는 동안 교사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각 학생의 참여 태도와 문제 해결 과정을 세심히 지켜봅니다. 이때 학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창의적으로 도전하는지, 친구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등을 관찰합니다.
이러한 관찰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관찰 체크리스트나 관찰 일지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체크리스트에는 예를 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함”, “동료에게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으며 협력함”,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함” 등의 항목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 동안 교사는 각 학생이 이런 항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체크하거나 간단한 메모를 남겨둡니다. 이러한 질적 관찰 정보는 숫자 점수로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예시: 5학년 한 AI 수업에서 교사는 두 명씩 짝을 지어 간단한 챗봇 만들기 활동을 시켰습니다. 한 팀의 학생 A는 챗봇의 대화 내용을 고민하며 여러 번 수정하고, B는 그런 A를 도와 함께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다른 팀의 학생 C는 잘 안 되자 잠시 산만해졌지만, 곧 다시 도전하도록 옆에서 팀원 D가 격려해 주었습니다. 교사는 이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관찰 기록지에 각 학생의 행동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이후 평가 기록에는 A의 문제 해결을 위한 끈기와 창의성, B와 D의 협동심, C의 재도전 과정을 모두 반영해 주었습니다.
교사 팁: 관찰 중심 평가를 할 때는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리 배치나 동선을 계획하세요. 또한 즉석에서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수업 전 미리 관찰할 역량 항목을 정해 체크리스트를 준비해두면 평가에 도움이 됩니다. 관찰한 내용은 수업 후 간단히라도 정리해 두면 나중에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생활기록부 등을 작성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포트폴리오와 학습 일지 활용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만든 결과물과 그 과정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하는 것은 과정 중심 평가에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AI 수업에서 만든 작품(예: 간단한 인공지능 실험 결과, 프로그래밍 작품,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노트 등), 중간 중간 떠오른 아이디어 스케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쓴 메모 등을 모두 모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보도록 합니다. 포트폴리오에는 잘된 결과물 뿐만 아니라 실패했던 시도와 개선 과정까지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 모두 어떤 배움의 여정이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습 일지(러닝 다이어리)를 쓰게 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배움 과정을 글로 정리하며 돌아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학습 일지에는 “오늘 새로 알게 된 것”, “어려웠던 점과 해결 방법”, “다음에 시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 등의 항목을 적게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라면 길지 않은 문장이나 그림으로 표현해도 좋습니다. 학습 일지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성장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고, 교사는 각 학생이 느끼는 난이도나 흥미 요소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시: 6학년 한 학생이 AI 윤리 수업을 들은 후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작성한 “AI 윤리 규칙” 포스터와 수업 중 토론 내용 메모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머신러닝 게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일지에 기록했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터 입력을 잘못하여 결과가 엉망이 되었지만, 학습 일지에 그 실패 경험과 무엇을 수정했는지 상세히 적었습니다. 나중에 이 포트폴리오와 일지를 검토한 교사는 해당 학생이 오류를 통해 배우며 점차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높은 평가로 이어줬습니다.
교사 팁: 포트폴리오 평가를 위해 수업 초반에 학생들에게 폴더나 공책을 나누어 주고, 매 활동 후 자신이 한 일을 모아두도록 지도하세요. 또한 중간중간 포트폴리오를 함께 보며 “여기서 무엇을 배웠니?”, “이 부분에서 어려웠던 점은 뭐였어?” 같은 질문을 던져주면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루브릭 기반 발표 평가
AI 수업의 프로젝트나 활동이 끝나면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결과물을 발표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미리 준비된 루브릭(Rubric)으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루브릭은 평가 기준을 미리 명시한 표로, 과정 중심 평가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AI 주제 발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 문제 정의 및 해결 과정 설명이 명확한가? (논리적 사고력)
- 창의적 아이디어나 독창적인 접근을 시도했는가? (창의성)
- 동료와 협업하여 과제를 완수했는가? (협동심)
- 발표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잘 전달되었는가? (의사소통 능력)
- AI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었는가? (학습 내용 이해)
각 기준마다 우수, 보통, 노력 요함 등의 등급을 정하고 세부적인 설명을 달아주면, 학생들도 무엇을 중심으로 학습하고 발표를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발표 평가 시 교사는 이 루브릭을 보며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하나씩 체크하게 되는데, 이때 발표 결과뿐만 아니라 발표 준비 과정에서 보인 협동, 문제 해결 노력도 함께 고려합니다. 발표를 듣는 다른 학생들도 같은 루브릭을 가지고 경청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발표의 기준을 학습하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시: 한 초등 코딩&AI 수업에서 학생들은 팀별로 자신들이 만든 간단한 AI 프로그램을 시연하며 발표했습니다. 교사는 발표 전에 루브릭 평가표를 나눠주어 학생들이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하는지 알게 했습니다.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교사는 루브릭 기준에 따라 “팀원 간 역할 분담이 잘 되었음”, “문제 해결 전략을 창의적으로 설명함” 등을 체크했습니다. 발표 후 평가 결과를 공유하면서 교사는 각 팀이 잘한 점 (예: 창의적인 해결책, 뛰어난 협업)과 개선할 점을 함께 피드백해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점수가 아니라 구체적인 칭찬과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들의 배움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 팁: 루브릭은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업 초기에 “좋은 프로젝트란 무엇일까?”를 함께 논의하며 평가 기준을 학생들의 언어로 정리해보세요.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평가를 부담으로 느끼기보다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루브릭을 활용하면 객관성과 투명성이 높아지므로, 학부모에게 평가 방식에 대해 설명할 때도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4. 또래 피드백을 통한 상호 평가
또래 평가(peer evaluation)는 학생들이 서로의 학습 과정과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활동으로, AI 수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친구의 작품이나 발표를 보고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발전적인 제안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평가는 학생들로 하여금 경청과 공감의 태도를 기르게 하고,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초등학생들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교사가 예시를 보여주고 피드백하는 법을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AI 실습 결과물을 전시하고 모두 돌아가며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때, 각 학생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다른 친구 작품에 대해 “좋았던 점 한 가지와 궁금한 점 또는 제안 한 가지”를 적어 붙이게 할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이 만든 그림 인식 AI 작품 앞에 친구들이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예요! 다음엔 색깔도 구분해 보면 어때요?” 같은 메모를 남기는 식입니다. 또는 발표 후에 질의응답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끼리 칭찬과 질문을 주고받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작업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자신의 사고력도 확장하게 됩니다.
예시: AI 윤리 토론 수업에서 학생들은 소그룹 토의를 마친 후 각 그룹의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다른 학생들이 손을 들고 “~부분이 인상 깊었어” 또는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 같은 피드백을 한 마디씩 주었습니다. 한 그룹이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 다른 학생이 참신하다고 칭찬하자, 발표한 그룹 학생들은 자신감이 생겼고 더욱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또래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교사 팁: 상호 평가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가 사전에 학생들과 건설적인 피드백에 대한 약속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판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말하기”, “친구의 노력과 생각을 존중하기” 등의 규칙을 함께 정하고, 처음에는 모두가 지킬 수 있도록 간단한 템플릿(예: “좋았던 점..., 더 개선한다면...”)을 제공해 주세요. 또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비교가 나타나면 즉시 교정하여, 서로에게 힘이 되는 안전한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5. 자기 평가와 성찰 활동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자기 평가는 AI 수업에서 성장 중심 평가를 돕는 마지막 퍼즐 조각입니다. 수업을 마무리할 때 학생들에게 “내가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처음에 비해 무엇이 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하고 싶은지” 등을 생각해보게 하고 간단히 작성하게 해보세요. 이때 특정 활동에 대한 자기 점수 매기기보다는, 자신의 느낀 변화와 배움을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처음엔 모르는 게 많았는데 이제는 AI 모델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어요”나 “다른 친구와 함께하니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같은 식으로 자신의 성장을 표현하게 합니다.
자기 평가 결과는 점수화해 등급을 매길 목적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찰을 돕고 교사에게는 지도 방향의 힌트를 주는 자료로 활용됩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적은 자기 평가를 읽으면서 각자의 강점과 더 발전시킬 부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데이터를 다루는 법이 재미있었다”라고 했다면 그쪽으로 심화 활동을 권유할 수 있고, 또 다른 학생이 “용어가 어려웠다”라고 했다면 다음 수업 때 용어 설명에 더 신경 쓰는 식입니다. 자기 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고,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예시: 한 초등 5학년 학생이 AI 수업 마지막 시간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AI에 대해 하나도 몰랐는데 지금은 AI가 어떻게 사람을 도울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하니까 혼자 할 때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이 학생은 자기 평가를 통해 몇 주간의 수업 동안 스스로 변화했음을 정리했고, 교사는 이를 읽고 해당 학생이 협동 학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기 성찰 내용 자체가 훌륭한 평가 자료가 됩니다.
교사 팁: 자기 평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세요. 무심히 “다 했지?”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 예시를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기 평가 후에는 가능하다면 학생들과 1:1로 짧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학생이 쓴 내용을 바탕으로 칭찬이나 추가 조언을 피드백해 주세요.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평가조차도 또 하나의 배움임을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 평가도 배움의 일부
AI 수업에서의 평가는 단순히 결과물을 점수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전체를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시간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오늘날 초등 교육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며, 이는 AI와 같은 새로운 분야의 수업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학생들은 평가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인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교사는 이러한 평가 과정을 통해 각 아이에게 맞는 도움을 제공하고, 기술 학습과 더불어 올바른 학습 태도와 사고력 신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결국 AI 수업의 평가는 또 하나의 학습 기회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전략을 통해, 학생들은 성적이 아닌 성장에 집중하게 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인재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평가를 아이들과 함께하는 배움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